우크라이나와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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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금까지 나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다룬 책 중 가장 포괄적이고 심층적으로 전쟁의 원인과 초기 전개 과정을 다루고 있다.

서평을 쓴 하버드대학교 세르히 플로히(Serhii Plokhy)교수는 이 전쟁과 동서 관계의 새로운 위기에 누가 책임이 있는가라는 문제에 대해 이 책의 저자가 지난 30년 이상의 우크라이나-러시아 관계를 분석하고, 양국 엘리트가 포스트-냉전 세계에서 자국의 이해관계를 이해하고 이를 추구하는 방식에 심각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앤드루 윌슨은 이 책의 서평에서 독자들은 세 가지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첫 번째는 1991년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의 긴 역사를 알 수 있다는 것이고, 둘째로 역학을 포스트-냉전 시기 타협의 일반적 문제의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으며, 셋째 이 전쟁을 설명하는 현실주의자와 자유주의자들의 논쟁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까지 다룬 초판(2019)을 2022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 후 다시 쓴 이 개정판은 두 사건을 하나의 전쟁이라는 맥락에서 새로 조명하고 있다. 개정판에 추가된 후반 3장은 이 책의 폭과 깊이를 한층 심화했다.

이 책은 특히 이번 전쟁을 “젤렌스키 책임론”, “미국 책임론”, “푸틴 책임론” 등 결론을 미리 내세우고 프레임에 갇힌 채 좁은 시각에서 전쟁의 원인을 분석한 기존의 책들과 다르게, 소련 해체기부터 잉태된 이번 전쟁의 씨앗과 그것이 악화된 과정을 객관적으로 분석하여, 러시아, 우크라이나, 서방이 모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시각을 유지한다. 이번 전쟁의 근본 원인을 소련 해체의 불완전성에서 찾고 있고, 우크라이나를 깊이 있게 알지 못하는 다른 관련 책들의 저자들이 소홀히 다룬 우크라이나 국내 정치 역학과 변화 과정이 러시아와 갈등을 심화시킨 과정을 상세히다루고 있다.

안보 딜레마, 민주화가 지정학에 미친 영향, 포스트-냉전 시기 양립할 수 없는 서방과 러시아의 현상유지(status-quo) 시각이라는 세 가지 준거틀을 기준으로 이번 전쟁의 원인을 분석한 이 책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문가뿐만 아니라 국제정치 학도들에게도 유용한 책이다.

이 책의 시작과 끝부분에 인용된 “늑대는 먹이를 주어야 하고, 양들은 보호되어야 한다”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의 구절은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평화적 관계 설정의 어려움을 잘 대변한다.

이 책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뿐만 아니라 소련 붕괴 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정치 변화와 외교 정책을 공부하는 사람은 꼭 읽어야 할 필독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