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북핵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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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축으로 한 동북아 질서는 탈냉전 시대에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1991년 미국은 한국에서의 전술핵 철수를 결정했고, 남북한은 비핵화 공동선언에 합의했다. 많은 사람이 베를린 장벽 붕괴와 독일 통일, 소련 해체와 같은 평화가 한반도에 찾아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북한은 체제 위기의 극복을 위해 모든 역량을 핵개발에 투입했다.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으로 조성된 화해 무드와 대북 포용정책은 실패로 돌아갔다. 협상에 의한 비핵화는 ‘공허한 레토릭’으로 전락했고, 한반도의 ‘비핵지대화’는 성공하지 못했다.
한국이 북한 체제의 경직성을 간과한 대가는 컸다. 비대칭 전력인 북한의 핵ㆍ미사일은 우리에게 ‘실존적 위협’이 됐다. 전 세계에서 한국을 핵무기로 위협하는 국가는 북한뿐이다. 북한은 한미 양국을 이간시키려고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제는 희망적 사고와 ‘비핵화의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북핵 위기의 극복을 위한 현실적 대책을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북한의 요구는 간단명료하다.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해제하여 북한을 ‘사실상 핵무기국’(de facto NWS)으로 인정해주기를 원한다. 그러나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국’이 되면, 독자적 핵억지력이 없는 한국의 안보는 파국적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한반도의 위기가 얼마나 더 심각해질지는 가늠하기조차 힘들다.